[한국-대만] 국제커플대화에서 느낀 우리가 콩글리쉬를 하는 이유
저희 커플은 보통 한국어, 중국어, 영어를 2:4:4 정도로 쓰며 대화를 했었습니다. 그러다 서로의 모국어를 더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영어는 빼고 한국어와 중국어의 사용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어느날 집에서 같이 쉬고 있는데 제 여자 친구가 말했습니다. "오빠 방에 불좀 닫아줘"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바로 이해가 되었지만, 한국인 원어민이라면 누구나 잘못된 문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전등은 닫는 게 아니라 '끄는" 거야. "불 좀 [꺼줘]라고 해야 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제 여자 친구는 납득, 며칠 후이번에는 "오빠 커튼좀 꺼줘"라고 하더군요. 또 무슨 의미인지 이해는 바로 했지만 역시 "커튼은 치는 것"이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리고는 왜 이런 실수가 나올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 이유는 바로 중국어와 한국어의 언어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어의 關(关)Guān(꽌) 은 '닫다' 혹은 '끄다'의 의미를 모두 갖습니다. 근데 이 동사는 불을 끌 때에도 쓰이고 (關燈), 문을 닫을 때도 쓰이고 (關門), 커튼을 칠 때에도 같은 동사를 씁니다. 그렇다면 추측컨데, 제 여자 친구는 關이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알기 위해 구글 번역기 등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번역기에서 기본형인 '닫다'를 찾았을 것이고, 머릿속에 關=닫다라고 기억해 두었다가 "關燈(전등을 끄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그때 머릿속에서 단어를 조합하여 "오빠 불 좀 닫아줘"라고 사용했던 것입니다.
다음 예를 한번 더 보겠습니다.
마카오 현지 냉동창고 관리인이 단체 그룹채팅방에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언뜻보면 에어컨 껐어? 다시 안 켰어?라고 바로 이해되는 듯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에어컨이나 불(Light) 은 turn on/off 혹은 switch on/off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마카오에서 현지인들이 영어를 쓸 때 유독 close the air-conditioned / close the light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위에서 설명한 關(关) Guān(꽌)의 예시와 같습니다.
중국어에서는 문을 닫을때도, 에어컨을 끌 때도, 불을 끌 때도 關(关) Guān(꽌)을 사용합니다. 아마 이 친구 또한 "문을 닫다" = "關門" = close the door 즉 關=close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닫는" 행위, "끄는" 행위를 할 때마다 머릿속에 close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사용하고, 때로는 위의 예시처럼 어색한 문장을 쓰게 됩니다. did you close the A/C 라는 표현은 가능은 하겠지만 에어컨에 달린 문이나 환풍구 등을 물리적으로 닫았는지 물어보는 의미로 더 잘 다가옵니다. 물론 한국어 원어민인 우리가 "불을 닫다, 문을 끄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의미인지 바로 이해가 되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내 목표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은 완벽에 가까운 외국어 능력을 구사하고 싶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들으며 혹시 눈치 채셨나요? 결국 우리가 콩글리쉬를 쓰게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단어를 뜻과 함께 1:1로 묶어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사과나 색깔 처럼 명사의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동사나 형용사의 경우 한국어 단어 하나를 외국어 단어 하나를 똑같이 대응시켜 암기하면, 사용 시 어색한 문장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콩글리시든, 칭글리시든 우리가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실수는 너무도 당연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결국 언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소통' 이라면, 어색한 문장으로 이야기해도 소통에 무리가 없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의미 차이를 더 명확히 알고, 정확한 발음으로 공부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소통]] 때문입니다. 저와 제 여자 친구의 사례에서 보면 어색한 동사를 사용해도 오해가 생기지 않고 의도한 대로 의사소통이 되었지만, 많은 경우에 동사를 하나 잘못 쓰면 의미가 크게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High' 와 'Tall' 은 둘 다 '높다'라고 해석되어 "너 키가 몇이야?"라고 할 때 how high are you라고 실수하기 쉽지만(실제로 이렇게 쓰는 중국 친구들도 많습니다) 키를 물어볼 때에는 how tall are you 가 자연스럽습니다. [how high are you는 너 얼마나 (약에) 취했어?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예시처럼 내가 의도한 바는 "너 키가 몇이야?" 지만 듣는 사람은 "너 얼마나 취했어?"라고 들릴 수 있으니, 이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
"문 좀 꺼줘" 혹은 "전등 좀 닫아줘"라고 잘못 이야기하는 경우,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옆에서 원어민 혹은 한국어를 매우 잘하는 사람이 고쳐주는 경우
2. 스스로 다른 책이나 드라마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문을 닫다' 혹은 '전등을 끄다'라고 사용하는 것을 접했을 경우
3. 내가 사용한 동사가 맞는지 스스로 찾아보거나 선생님께 물어보고 고치는 경우
1의 경우는 내가 그 언어에 노출된 환경에 있지 않는 이상은 힘들지만 2나 3의 경우는 충분히 노력해 볼 수 있습니다. 책과 드라마, 유튜브 등으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접하며 input을 늘리고, 확신이 들지 않을 경우에는 검색해보거나 선생님께 질문해서 내 언어를 원어민의 그것과 점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외국어를 배우는 우리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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